마블 유니버스 X 스타트렉

슈퍼 패밀리(스토니+피터파커)

 

 

 

 

스티브는 애써 초조감을 감추며 유리벽 너머를 바라보았어. 토니가 그 안에서 심드렁한 얼굴로 의사의 지시에 따라 몸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지. “어떻데요?” 임무보고를 위해 퓨리 국장에게 다녀온 나타샤가 스티브의 옆에 서면서 물었어. “아직 모르네. 보이기에는 정상 같지만...” 나타샤는 침중한 어조로 대답하는 스티브를 흘금 올려다봤어. 티는 안 내고 있었지만 토니를 향한 걱정 때문에 늘 밝게 빛나던 푸른 눈동자가 가라앉아있었지. “스타크를 쏜 빔은 조사부에서 수거해갔어요. 조만간 결과가 나올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음. 고맙네.” 스티브는 이젠 이런저런 수액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침대에 눕는 토니에게서 시선을 때지 않으며 나타샤의 위로에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어. 때마침 토니가 유리벽 너머로 스티브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지. <침울한 얼굴 하지 말라고, 캡.> 명랑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토니의 얼굴은 평소와 다르게 핏기가 없어서 스티브는 작게 한숨만 내쉬었어. 나타샤는 그런 둘을 보면서 알게 모르게 미소를 지었지.


스티브와 토니는 둘이 서로 연인사이임을 아직 밝히고 있지 않았어. 둘 사이가 워낙 안 좋았던 데다가 회의만 하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투닥투닥 했기 때문에, 말해도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이기도 했고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 두 유명한 히어로가 사귄다는 걸 언론에서 알면 어떤 파장이 일지 충분히 짐작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약점이 되면 빌런들이 그 관계를 이용해먹을지도 모른다는 전술적인 관점(이자 서로에 대한 걱정)도 있었거든. 그래서 토니와 스티브는 개인공간에서만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애정표현을 할 뿐, 쉴드나 그 외의 장소에선 철저히 공적인 관계만 보였어. 물론 눈치 빠른 몇몇 어벤져스들은 둘 사이에 흐르는 묘한 분위기에 대해 어느정도 감을 잡고 있었지. 나타샤도 그 중 하나였어. 그래서 둘이 서로 친하지 않은 척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재미있어했지.
그런데 오늘, 도심에서 날뛰는 빌런을 잡기 위해 출동한 아이언맨이 캡틴을 향한 빌런의 공격을 몸을 던져 막은 거야. 한꺼번에 셋이나 상대한 탓에 캡틴이 무방비하게 등을 보이고 말았거든. 그걸 본 동료는 아이언맨이 유일했고, 분명 다른 방법도 있었을 테지만, 아이언맨은 냅다 몸을 날려 자기가 대신 빔을 맞았어. 엄청난 폭발과 함께 아이언맨은 그대로 튕겨져서 빌딩에 쳐박히고 말았지. 그 때 캡틴의 표정을 봤어야했어. 걱정으로 홉떠진 눈동자와, 반대로 분노로 일그러지는 표정을 말이야. 순식간에 저에게 달라붙은 빌런 셋을 정리하고 아이언맨에게로 뛰어간 그는 정신을 잃은 아이언맨을 쉴드 요원에게 맡긴 뒤, 빔 공격을 한 빌런에게로 달려들었지. 그 어느 때보다도 곤죽이 되어 실려 갔던 그 빌런을 떠올린 나타샤는 후후,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았어. 이렇게 행동하면서 서로 데면데면한 척 군다는 거야? 귀여운 커플이야.


스티브가 검사를 전부 끝내고 유리벽 가까이 다가오는 의사를 보며 물었어. “어떻습니까?” <모든 감각의 반응은 정상입니다. CT와 엑스레이 검사도 이상 없고요. 경미한 뇌진탕이라 약을 처방했으니, 당분간 무리는 금물입니다. 혹시라도 있을 정신적인 문제는 차후에 검사가 이뤄질 겁니다.> <정신적인 문제는 무슨. 난 지극히 정상이라고. 봐봐.> 의사에 말에 콧방귀를 뀐 토니가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었어. 나타샤가 고개를 저으며 “이 기회에 저 정신머리를 좀 뜯어 고치는 게 어때요, 캡?”하고 말했지. 그 때, 저 멀리서 페퍼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어. “토니는 어때요?” <헤이, 페퍼. 걱정 마. 난 지극히 정상이야.> 토니가 페퍼를 반기며 안에서 소리쳤지만 페퍼는 그를 거들떠도 안보고 스티브만 바라봤어. 스티브는 의사는 정상소견을 냈지만 뇌진탕이 있고, 아직 빔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당분간은 저 안에 있어야한다고 설명해줬지. “그럼 당분간 토니의 일정은 전부 캔슬 해야겠네요.” 페퍼는 걱정 반, 화남 반인 얼굴로 토니를 한 번 쏘아보곤 전화를 꺼내 이런 저런데 전화를 걸기 시작했어. <빔에 대한 건 알아낸 게 없데?> 손목에 주렁주렁 달린 수액 선들을 귀찮다는 얼굴로 내려다보면서 토니가 물었어. “이제 막 조사를 시작했을 뿐이네, 스타크.” <나한테 패드 하나만 가져다주면 그 조사를 빠르게 끝낼 수 있을 텐데~> “뇌진탕이네, 스타크. 얌전히 치료나 받게.” 아무것도 없는 치료실이 얼마나 지루한지는 알고 있었지만 머리를 다친 토니에게 일거리를 줄 수는 없어서(물론 그게 토니에게 전혀 일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스티브는 단호하게 거절했어. 당연히 토니는 자기는 지극히 정상이라느니, 지루하다느니 하면서 투덜거렸지. 스티브가 다시 한 번 안 된다고 말하려는데, 옆에 있던 페퍼가 큰소리로 “WHAT?!”하고 소리를 질렀어. 한 번도 페퍼가 저렇게 반응하는 걸 본적이 없어서 스티브와 나타샤는 놀라며 고개를 돌렸지. 치료실 안에 있던 토니도 깜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침대에서 몸을 반쯤 일으켰어. <뭐야, 왜 그래, 페퍼?> 페퍼는 사색이 된 얼굴로 전화상대에게 “잠시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하고 속삭이더니 토니와 스티브를 번갈아 보며 침을 삼켰어. 누구에게 말을 해야 하나 망설이는 모습이었지. <무슨 일이야, 페퍼? 당장 말해.> 감이 좋은 토니가 굳은 얼굴로 페퍼를 다그쳤어. 페퍼는 잠시 망설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지.


“짐이... 지금 경찰서래요. 다쳐서요.”


스티브는 아연한 얼굴로 페퍼만 바라봤어. 대체 왜 짐이 경찰서에 있단 말인가? 치료실에서 우당탕 소리가 난 건 그 때였지. 황급히 고개를 돌리니 토니가 침대에서 일어나 거친 손길로 손목에 꽂힌 수액바늘을 뽑아내고 있었어. “토니! 뭐하는 겐가?!” 위장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스티브는 토니를 불렀지. <당장 지미에게 가겠어. 내 패드 어디 있어? 자비스를...!> 침대에서 내려와 두어 걸음 걷던 토니가 휘청였어. 치료실 안의 의사와 간호사가 재빨리 부축해 그를 도로 침대에 눕혔지. <이렇게 흥분하시면 안 됩니다, 미스터 스타크!> <진정하세요!> <이거 놔! 지미가 기다릴 거라고!> 어지럼증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면서 토니는 저를 부축하는 사람들을 떨치기 위해 몸을 비틀어댔어. 악을 쓰느라 시퍼런 핏줄이 도드라진 토니의 얼굴을 본 스티브는 유리벽을 쾅! 세차게 내려쳤어. 나타샤와 페퍼는 물론이고, 치료실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 그 큰 소리에 움찔하며 행동을 멈췄지. 헉헉거리며 스티브를 바라보는 토니의 눈동자가 잘게 떨리고 있었어.


“내가 가겠네. 내가 가서 지미를 데려올 테니, 제발 그 안에 있게, 토니. 흥분하지 말고.”


나지막한 목소리였지만 강직했지. 스티브를 잠시 응시하던 토니는 몸에서 스르르 힘을 빼며 침대에 기대 누웠어. 순식간에 창백해진 얼굴을 두 손에 파묻으며 토니가 중얼거리듯 말을 내뱉었지.


<...지미를 부탁해, 스티브.>


고개를 끄덕인 스티브는 나타샤와 페퍼를 데리고 빠르게 복도를 걸어갔어. 지금 당장 지미에게 가기 위해선 둘의 도움이 필요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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